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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B코리아 통역 자원봉사를 알게 된건 2014년이다. 군대를 전역하고 맞이한 학기에 학교에서 학과장실 수직조교를 하던 중, 교수님께 배달온 우편물을 챙기다가 무심코 보게 된 <통역 자원봉사>가 내가 처음으로 BBB코리아를 알게 된 계기였다. 어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관심이 갔지만 뜯어 볼 수 없었기에 이름을 머리속에 외워 두었다가 인터넷에 쳐 보니 전화로 통역 봉사를 하는 서비스였다. 현재 봉사하고 있는 언어는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태국어 몽골어 등등 해서 19개의 언어가 있다. 당시 학년으로는 3학년이었지만, 대학에 들어와 러시아어를 처음 배웠고, 군대까지 다녀온 터라 러시아어는 거의 할줄 모르는 상황이라 러시아 다녀와서 꼭 해야지 하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고, 그 해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러시아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작년 가을, 귀국 후 이제 도전해봐야겠다 싶어서 찾아보았는데, 알고보니 상시모집이 아닌 5월에 1회 일괄모집이었다. 그래서 기다린 끝에 마침내 지원해서 당당히 봉사자의 자격을 얻게 되었다.
BBB코리아 통역 자원봉사자 모집은 크게 세단계로 나뉜다. 서류제출-전화면접-온라인교육이다.
서류는 특별한 건 없었다. 그냥 인적사항 정도와 BBB코리아를 알게 된 계기나 통역 봉사를 하고싶은 이유 정도를 기술하는 정도였던 것 같다. 서류제출을 하고 나면 약 1주일 후에(5월 17일에 서류를 제출하였고, 5월 25일에 2차 면접 안내 메일이 왔다) 메일이 온다. 언어테스트 기간은 5월 27일 금요일 ~ 6월 6일 월요일이었고, 이 기간 중 아무때나 예고없이 전화가 오며, 최대 3회까지 전화를 '받을' 기회를 준다.(전화를 놓쳐 기회가 넘어가는 것도 가점 대상인 것 같다.)
나는 과외하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사실 나는 첫 전화를 놓쳤다. 하필 과외중이라 세 번까지 기회가 있으니 처음껀 버리자 하고 버렸는데, 20분정도 있다가 과외 쉬는 시간이었는데, 전화가 또 와서 받지 않을 수 없었다.(다른 날로 3번 나누어 전화가 오는 것이 아니라 시간대를 다르게 해서 하루에 3번까지 기회를 주는 것 같다) 여보세요, 하니까 한 여성분의 목소리로 러시아어로 바로 BBB코리아 자원봉사 하는 사람 맞는지 물어봤다. 그 뒤로는 그냥 바로 상황이 주어졌다. 한-러, 러-한 통역이었다. 나의 상황은 한 외국인이 공항에서 입국 금지된 상황이었다. 검사할 것이 있어서 공항에서 대기해야되며, 입국사무소를 통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내로 나가서 대기할 수 도 없었다. 김포공항이 더 저렴해서 표를 바꾸고싶은데 가능한지도 물어보셨고, 공항을 통과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라는 대답을 했어야 했다.
러-한은 정말 쉬웠다. 여성분 말이 빠르지 않았고, 한국억양이 강한 편이었기 때문에 듣고 통역하는데에는 사실 큰 무리는 없었는데, 한-러가 좀 힘들었다. 일단 예상하지 못한 단어들이었고(출입국사무소, 억류, 공항직원의 보호 등) 이걸 바로바로 하려니까 정확히 저 단어를 사용하지는 못했고, 좀 돌려서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솔직히 나는 후기들을 읽어 보았을 때, 병원이나 아니면 경찰서, 택시 이런거 나올 줄 알았는데, 이렇게 억류되는 상황이 주어질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어쨌든 통화는 약 5분 전후로 했던 것 같다. 마지막에 끝났다고 하면서 결과는 언제언제 알려준다고 하셨는데 정신이 빠져있어서 그건 잘 못들었다. 지금생각해보면 내가 붙을 수 있었던 건 러-한을 매끄럽게 번역해서 인 것 같다. 솔직히 한-러는 별로 못했다.
무튼 그렇게 하루하루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솔직히 잘 못한 것 같아서 기대는 안했는데, 6월 8일 합격 메일이 왔다. 온라인 교육만 이수하면 봉사자 자격이 되는 것이었다. 진짜 기뻤다. 교수님의 경지에 한발짝 다가간 기분이었다. 온라인 교육은 봉사자의 주의사항, BBB코리아 소개 등에 관한 내용이며, 40분 정도의 플래시 동영상이다. 부담없이 볼 수 있는 내용이다.
며칠 뒤 자원봉사자 키트가 왔다.
뱃지와 볼펜, 연필, 작은 메모지와 연필깎이, 지우개와 BBB코리아 명함이었다. 이것까지 받으니 뭔가 나도 이제 봉사자가 된 것 같고 뿌듯했다. 대학에 와서 러시아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학생 입장이라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고 열심히 해서 다른이에게 빛이 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