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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한국 보건복지 인력개발원에서는 의료통역사 양성과정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총 교육기간 약 7개월에 달하는 프로그램으로, 강사진은 한국외대 통번역 대학교 교수님들과 의대 교수님들로 이루어진다. 통대 교수님들께서는 통역을 가르치시고 의대 교수님들께서는 의학 용어를 가르쳐 주신다고 한다. 수강을 하면서 병원으로 직접 실습을 나가기도 한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본 취업수기에서 우연히 발견하였는데, 이번에 지원하고 합격하기까지 그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http://blog.naver.com/global_med91) 참고.


 다음은 올해 의료통역사 전문과정 공문이다.









 진로를 통번역 대학원 쪽으로 정하면서 다양한 통역 분야에 대한 지식 습득의 필요성을 느꼈고, 그런 차원에서 이번 프로그램도 지원했다. 사실 학원도 가봤는데 솔직히 내가 평소에 공부 하던 방식과 별 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였다. 무튼 학기가 아직 남아있고 학교를 다니며 다른 것을 병행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모집을 3월에 하고 연말까지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어서 이번에 반드시 지원을 해야만 했었다.


 지원자가 채워야 할 서류는 인적사항, 자기소개 및 교육활용계획서로 이루어진다. 나의 경우 가지고 있는 어학 자격증이 러시아어 플렉스와 토익 뿐이어 이 두 점수를 기재했다. 경력란이 있긴 한데 사실 나는 아직 학생이라 이렇다 할 경력이 없어서 그냥 모스크바에서 연수할 당시 출강했던 경력을 기재했다. 자기소개 같은 경우 내가 모스크바 어학연수길에 올랐을 때 부터 경험한 것, 연수를 마치고 느낀 점 등 위주로 서술했고, 교육활용계획서 같은 경우 내가 러시아에서 힘들었던 것을 떠올리며 그에 대한 느낀점과 각오 위주로 서술했다.


 많이 걱정했는데 운 좋게 서류 합격 통지를 받았다. 서류를 합격하긴 했는데 이제 면접이 걱정이었다. 지난번 하나은행 홍보대사 면접에서 떨어진 이후로 많이 의기소침해진 것이 사실이었고 걱정도 많았다. 위에 기재한 분의 블로그를 많이 참고했고, 예상질문을 만들어 그에 대한 대답을 준비했다. 나 역시 도서관에서 의료통역과 러시아어 통역에 관한 책을 모조리 빌리려고 하였으나 사실 러시아어는 그렇게 자료가 많지 않아서 그냥 내 수준에서 최대한 완벽하게 준비해 가려고 노력했다. 상황극에 대비해 기본적이고 간단한 병원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외웠고 러시아어로 말 해야하는 대답 같은 경우 러시아에서 살다온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검토하였다.


 대망의 면접날.. 예정 시간보다 약 1시간 가량 일찍 갔다. 떨려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혹시 몰라서 일찍 갔는데, 면접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어 나의 순서도 앞당겨졌고 다행히 여유있게 기다릴 수 있었다. 면접 대기는 큰 회의실 같은 곳에서 했는데 나와 같은 시간에 면접이 있었던 아랍어와 몽골어를 응시한 사람들도 대기하고 있었다. 대기 인원은 많지는 않았는데 블로그에서 본 것처럼 학생은 손에 꼽힐 정도였고 거진 전원이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아보이고 아줌마도 있었다. 사실 누가 어느언어를 준비하는지는 지원자 신분으로는 전혀 알수가 없다. 그리고 솔직히 나는 거기 있는 사람들이 다 러시아어 같았다. 그래서 너무너무 걱정을 했다.(아예 러시아인도 한명 있었고..) 우황청심원을 먹긴 했는데 한 10분 효과있었나 오히려 더 두근거리는 것 같았다. 1시간이나 일찍 왔음에도 집중이 안돼서 거기서 하나도 준비할 수는 없었다. 그냥 실수나 하지말고 준비한 것이나 제대로 말 하고 오자는 마음가짐으로 들어갔다. 면접은 나까지 총 세명이 들어갔고 나는 중간에 앉았다. 면접관은 총 네분. 그중에 사진으로만 봐 왔던 방교영 교수님도 계셨다. 방교영 교수님이 학부 수업을 서울에서는 하지 않으셔서 지난 학기에 용인에 가서 수업을 들을 생각도 했을 정도로 뵙고 싶었고 수업을 듣고 싶었다. 우리나라에서 러시아어 통번역 분야 1인자를 드디어 실제로 봤다는 생각에 뭔가 연예인을 본 듯한 기분이었다.

 

  질문은 자기소개와 왜 의료통역사가 되고싶은지를 한국어로 말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하나은행 때와는 다르게 준비해간대로 잘 말했다. 그런데 자기소개와 의료통역사가 되고 싶은 이유를 한꺼번에 말하려다 보니 너무 길어졌고 내가 말을 끝마쳤을 때 다음부터 좀 짧게 해달라는 말씀을 들었다 ㅠㅠㅠㅠ 다음 질문은 향후 3년간 본인의 계획을 말 하는 것이었다. 나는 통대 진학을 희망했기에 통대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씀 드렸다. 그 뒤로는 개별 질문이었다. 내 앞번호의 지원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살다온 경력이 있어서 그분에게 조금 질문이 많이 갔다는 느낌을 받았다.


 러시아어로 받은 질문은 의료통역사로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내 왼쪽에 있던 우즈벡에서 공부한 사람은 정확성이라고 말 했다. 나는 신뢰라고 말 했는데, 사실 이 질문은 내가 참고한 블로그에는 없는 질문이어서 준비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질문이었다. 그래서 혹시 몰라서 막판에 대충이나마 준비해 간 질문이었는데 글쎄 딱 나와버렸다. 어떻게 해야 틀리지 않고 무사히 이 고비를 넘길지 전전긍긍하면서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신뢰라고 대답했고, 그 이유에 대해서 말씀드렸다. 사실 이 질문은 철저하게 준비해가지 못했기 때문에 내 대답이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내가 대답하는 도중에 정확성에 대해서도 말씀 드렸는데 방교영 교수님이 그럼 본인도 정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냐고 물어보셔서 아니라고, 정확성 뿐만 아니라 환자의 종교, 살아온 배경, 출신 국가 등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 드렸다. 거기서 조금 만회한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지원자의 대답을 내가 대신 하게 된 경우가 있었는데 그 때 점수가 조금 더 오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몇가지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가고 마지막으로 어떤 의료통역사가 되고싶은지 러시아어로 해 보라고 하셨다.


 나는 등대같은 의료통역사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교수님이 순가적으로 고개를 갸우뚱 하셨다. 이어서 나는 등대가 배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듯이 나또한 환자를 도와주는, 환자에게 새 인생을 찾을 수 있고 그들 자신의 빛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통역사가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방교영 교수님이 미소를 지으시더니 뭘 적으셨다. 떨려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합격을 시켜주신 것을 보면 그 미소가 긍정의 미소였던 것 같다.


 면접이 끝나고 나니 개운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했다. 사실 완벽한 대답은 하지 못했지만 준비해 간 것에 대해 어느정도 만족스럽게 대답을 하고 나왔다. 그래서 사실 후회는 없었다. 정말 하고싶었지만 만약 떨어진다면 생명이 달려있는 분야인 만큼 그런 통역을 수행하기에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말이 되고, 더욱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합격했다. 당당히 합격했다.


 돌아보니 이 면접이 경쟁자들 사이에서 그들을 누르고 올라서는 면접이라기 보다는 내가 의료통역사의 자질이 있는지, 의료통역사의 가치에 부합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고, 언어적 능력이 되는지를 평가하는 면접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수업료가 사실 적지 않기에 부담이 되긴 하지만 7개월치를 한번에 내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시간당으로 나누어보면 교수님들의 수준과 수업의 질에 비해 전혀 비싼 금액이 아니다. 어렵게 얻은 기회인 만큼 정말 성실하게 임해서 나를 가르쳐주시는 교수님들의 성함에 먹칠을 하지 않도록, 자랑스러운 제자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할거다.


 다음주부터 당장 방교영 교수님께 수업을 들을 생각을 하니 정말 떨리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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